리소스 경
Why is it that we always meet···
at the worst possible moments.
That is exactly why I am here.
To turn the worst into the best.
© esam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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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단문
2026.02.12

연약한 것에 흥미 없으며 나약한 것에 연민 없고 부족한 것을 신경쓰지 않는다 그는 본디 그러했고 예전에도 그랬으며 앞으로도 그럴 터였다 그게 그라는 존재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철혈 같은 길을 걸으며 그는 불만이 없었다 그보다 더한 길을 그의 왕은 걸었을 것이다 — 그걸 생각할 때마다 그는 눈앞의 인간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자신이 강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제 옛 제자의 나약함을 볼 때마다 얼굴을 굳히곤 했다, 그 간극마다 제자는 걸려 넘어질 것처럼 비틀거렸고 옛날과 달리 금세 중심을 잡지 못했다 넘어질 것처럼 휘청거리고 흔들릴 만큼 나부끼면서

 

그러나 그것이 그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나부끼는 검은 머리를 볼 때마다 무언가 떠오를 것 같기도 했고 그렇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수많은 것이 교차되면서 양자역학적으로 겹쳐지는데

그건 꼭 어느 눈 오는 봄날 같았다; 그는 머리오리 흩날리면서 금방이라도 고꾸라질 듯 한들거리는 제자의 어깨를 잡았다 최악일 때만 만나지 않느냐는 말에 그는 코웃음을 쳤다 이렇게 나약하게 가르친 적은 없는데, 그의 왕은 이런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인 적 없는데 무엇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무엇 하나 마음에 걸리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것이 가장 이상했다, 그것이 정말로 이상했다

 

그는 제자 옆에 서서 눈보라를 맞으며

고꾸라지고 몇 번이고 엎어질 것처럼 휘청거리면서도

걸음을 멈추지는 못하는 것 곁에서 함께 걸었다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어쩌면 그가 하고 싶은 일이었다 그 둘이 얼마나 가깝고 얼마나 다를지에 대해서는 굳이 들춰보지 않기로 했다 그에게 그런 것은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것은 몇 번이고 흩날리면서도

중심을 잃어가면서까지 내달리려 하는

그 옆얼굴일지도 몰랐다, 연약하고 나약하고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멈추지는 않는

 

세상의 중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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