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소스 경
Why is it that we always meet···
at the worst possible moments.
That is exactly why I am here.
To turn the worst into the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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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 / 맨발로 달리는
2026.02.12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군홧발인지 맨발인지 분간이 가지 않도록 내달린다. 왼발로 밟은 땅을 오른발로 짚으며 그는 달렸다.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는 뒷모습은 무언가에게로 달려가는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검은 밤, 그는 자신이 즈려밟은 것에 시선조차 주지 않고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통에 딱딱한 발소리가 조급하게 울렸다.

 

내려가야 했다. 여기에서 벗어나야 했다. 자신이 무엇을 당하고 무엇을 저지른 건지조차 몰랐지만 그 하나만이 경종처럼 머리에서 울렸다. 무엇이 생략된 삶은 목적지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아도 되었고 그래서 그는 뒤를 돌아보지도, 앞을 보지도 않았다. 바닥, 바닥만 내려보며 뛰어도 괜찮았다. 여기가 아닌 곳으로 가야 한다면 달린다는 것이 중요했지 방향은 그 다음에 생각해도 됐다. 그러므로 그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가? 그 질문은 대답할 수 있었다. 웨이는 살기 위해 도망치고 있었다. 앞발에 큰 상처를 입은 흑표가 비틀거릴지언정 달리는 것을 포기하지 않듯이 그는 가장 원초적인 명령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가장 본질적인 것이 가장 날카로운 법이다. 웨이는 동쪽으로, 동쪽으로 뛰었다. 산의 능선 너머로 해가 뜨고 있었다. 완전히 밝아지기 전에 저 산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산에는 은신할 그늘도 숨어들 나무도 많으니 적어도 당장은 들키지 않으리라. 살기 위해서는 가끔 후퇴해야 한다는 걸 그는 알았다. 흑표에게서 사사받은 수많은 것들 중 가장 처음 배운 명제가 그것이었다. 패배한다는 것은 죽는 것이다. 죽지 않으면 어떻게든 승리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는 정말이지, 살아야 했다! 어떤 일을 당하고 어떤 짓을 하든지 간에 살아남아야 했다. 그의 본능과 그의 스승이 그리 말했다. 한쪽 군화가 벗겨진 줄도 모르고 웨이는 산을 탔다. 돌부리에 걸려 발이 찢어져도 멈추지 않았다. 멈추는 법은 배우지 않은 탓이다.

 

그가 걸은 곳마다 바람이 불었다. 점점 사위가 밝아져서야 그는 제 손금을 따라 피가 묻었다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가 죽고 사는 거야 익숙했지만 이런 감촉은 처음이라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손이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그런데도 그는 서 있었다. 두 손을 피에 담그고도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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